과도한 업무, 줄어드는 임금,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차단, 쿠팡맨 대규모 퇴사 등 로켓배송 대란 올 수도

▲ 지난달 정규직을 포함, 쿠팡맨들이 대거 쿠팡을 퇴사하는 등 쿠팡의 핵심 성장 동력인 로켓배송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컨슈머와이드 편집)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쿠팡의 핵심 성장 동력인 로켓배송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정규직을 포함, 쿠팡맨들이 대거 쿠팡을 떠났다.  심지어 현재 근무 중인 쿠팡맨 중 다수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한때 쿠팡맨은 물류계 꿈의 직장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꽃길이 아닌 지옥길이라고 불린다. 쿠팡의 과중한 업무 및 줄어든 수입 때문이라는 것이 쿠팡맨들의 목소리다. 

앞서 지난 13일, 14일 본지는 쿠팡이 지난 1일 본격 시행한 쿠팡맨 평가제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바 있다. 취재 및 보도 후 수십명의 쿠팡맨 제보자들이 그동안 숨겨져 있던 쿠팡맨의 현실을 알려왔다.

▲ 지난 14일 쿠팡측은 쿠팡맨의 1일 최저 배송물량을 평일 200건, 일요일 153건으로 상향 조정했다.(사진: 제보자)

■ 쿠팡맨  업무 과중..최근 대규모 퇴사로 과중 늘어

쿠팡맨의 업무 과중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몇몇 언론매체가 이를 보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쿠팡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다수의 제보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기존의 업무 과중도 심각했는데 최근 대규모 퇴사로 인해 그 업무 과중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맨이 대거 회사를 떠났다. 100명이 근무하던 A 로켓배송 캠프는 지난 5일 기준 60명으로 줄어들었다. 18일 기준으로 예비 퇴직자까지 포함 실제 근무자가 50명대로 줄어들었다. B 캠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이번 사직 사태에 쿠팡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쿠팡맨의 정규직들이  앞장서는 분위기다. 여기에 과도한 업무과다에 염증을 느낀 계약직까지 동참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무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쿠팡맨이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최소 물량 기준이 점점 상향되고 있다. 본지가 취재를 시작한 이달 초에는 최소 물량기준이 170건이었다. 이후 불과 몇일만에 평일 180건으로 상향되더니 본지가 보도를 시작한 지난 13일 최소물량이 평일 200건을 넘어섰다. 이는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최소기준이다. 실제로는 이달초부터 쿠팡맨 한명이 230건에 달하는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쿠팡맨이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최소 200건은 어느 수준일까. 물류업계에서는 배송 물건 크기에 따라 개당 300원부터 1800원까지 나뉜다. 개당 1800원짜리 배송물건은 쌀 20kg, 2L짜리 6개 묶음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들이다. 특히 쿠팡의 특성상 여러개 합 포장된 대형물건도 여기에 속한다. 무게는 4~5개 박스의 무게 정도다.  타 대형 물류업체의 일반 하루 평균 처리 물량은 100건 내외다. 이들에게 배송물량 200건은 추석, 설날 등 배송대란이나 벌어져야 나올법한 물량이다. 쿠팡맨들은 매일 230~240건의 배송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쿠팡의 1일 최소 처리 물량 200건 중 다수가 1800원짜리라는 점이다. 최소 기준이다보니 실제로는 배송차에 가득 채운다. 이 경우 230~240건 정도 실린다. 이 물량을 12시간 업무내에 처리해야 한다. 26일 근무하는 동안 최소 5200개  이상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 지방의 경우  쿠팡 헬퍼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쿠팡 헬퍼란 새벽시간에 물량을 소분하는 계약직 직원을 말한다. 쿠팡은 최근 이들을 줄이고 쿠팡맨들에게 쿠팡 헬퍼 역할을 분담하게 끔 하고 있다. 이들은 새벽 5시 반에 출근해 6000개 가량의 박스를 하차하고 소분한다. 이후 13일 기준 평일 112건, 일요일 65건의 배송을 책임져야 한다. 아직 서울 지역은 쿠모닝으로 불리는 직원들이 쿠팡 헬퍼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점차 이 역할이 쿠팡맨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역 쿠팡 헬퍼 출근시간은 새벽 3시 30분이다.  제보자 A씨는 “쿠팡헬퍼 조에 합류하게 되면 새벽부터 오후까지 식사도 못하고 줄곧 일만하게 된다”며 “배송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배송한다”고 말했다. B제보자는 “식사도 못하고 일한다고 하면 다들 믿지 않는다”며 “최근 이게 현실이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그 물량을 다 소화하려면 식사시간은 꿈도 못꾼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쿠팡 고객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쿠팡 고객은 로켓배송 상품을 구매하면 문자로 배송일정이 담긴 문자를 받는다. 이 문자에는 배송 예정시간, 배송주소, 배송 방법 등이 명시돼 있고 이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자에서 배송 예정시간이 사라졌다. 18일 기준으로 로켓배송 시작, 오늘 전달 예정이란 짤막한 문자로 바뀌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언제 로켓배송 물량이 도착할지 몰라 마냥 기다리거나 따로 문자를 보내야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이는 최근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이 대거 퇴사를 하면서 남아 있는 쿠팡맨으로는 배송 예정시간내에 배송을 하지 못하게 되자 이 서비스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질적 서비스가 퇴보한 셈이다.

▲ 최근 쿠팡맨 대규모 퇴사로 인해 고객들에게 제공되던 배송문자에 변화가 생겼다. 배송예상시간이 삭제되더니 결국엔 짤막한 문자로 바뀌었다. 서비스 질이 퇴보했다.(사진:쿠팡 고객 제보자)

■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 어려움

현재 세간에 알려진 쿠팡맨의 정규직 규모는 전체의 10%내외다. 4000명의 쿠팡맨이 있다고 가정하면 400명 정도가 정규직인 셈이다. 나머지 90%는 계약직으로 보통 2년 계약을 체결한다. 2년 업무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전환이 되지 않으면 계약이 취소된다.  그러나 최근 계약직의 꿈인 정규직 전환도 어려워졌다. 지난 2월초 정규직 심사에서 대부분의 계약직들이 탈락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는 누가봐도 정규직에 합격할 사람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계속 계약직 쿠팡맨을 뽑으면서 정규직으로 전환을 막고 있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한 목소리다.

계약직들에 대한 업무 패널티도 강화됐다. 문제는 말도 안되는 일로 시말서등 정규직 전환 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제보자는 최근 쿠팡측으로부터 상식밖의 패널티를 받았다. 아침 운동시 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제출했다. 운동을 하는 도중에 회사기물(PDA)에 대한 안전을 위해 조끼를 잠시 벗어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패널티를 받았다.  본지에 노무 자문을 하고 있는 노무법인 신영의 이정학 노무사는 “이같은 사유로 시말서 징계를 하는 것은 징계사유나 징계양정에 있어 위법한 징계라고 판단될 수도 있다”며 “시말서 제출이 근로계약기간의 연장은 물론 정규직으로의 전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보자 C씨는 “기존에 있던 쿠팡맨들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해  퇴직금 및 2년이상 근무시 연봉이 올라가는 것을 막고 있다”며 “정규직 심사본 사람이 100여명 되는데 그중 합격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한마디로 소모품 취급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 E씨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쿠팡에 충성한 댓가가 계약 해지”라며 “쿠팡엔 미래가 없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달콤한 사탕발림에 현혹되지 말고 계약직 입사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탄했다.

▲ 쿠팡은 쿠팡맨 평가제 일방적 시행 및 형식적 동의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 제보자)

■ 4월 1일 쿠팡맨 평가제 시행

이같은 상황에서 쿠팡은 지난 1일 새로운 쿠팡맨 평가제를 시행했다.(관련 기사 참조) 문제는 이 평가제 시행으로 쿠팡의 이탈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제보자 대부분은 새로운 쿠팡맨 평가제가 임금을 줄이려는 일종의 꼼수로 보고 있다. 급여 중 SR 부분이 인센티브 평가제와 동일한 상대평가제로 바뀌면서 매월 40만원씩 받던 급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쿠팡맨 평가제 시행와 함께 새로운 근무규칙들도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과중한 업무로 인해 야근을 할 경우 야근수당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야근을 할 경우 패널티를 받게 된다. 또한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최소 물량인 200건을 업무시간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받게 된다. 때문에 기본금외에 SR, 인센티브 급여는 꿈도 꾸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주장이다.

제보자 E씨는 “새로운 평가제 시행 후 아직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아마도 전체 쿠팡맨 중 절반 이상은 대폭 삭감된 급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며 “이럴 경우 타 물류업종 근로자 보다 턱없이 부족한 급여를 받게 된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쿠팡을 떠나고 있고 이직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제보자 F씨는 “아마도 이달 급여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줄어든 급여, 늘어난 업무 등으로 인해 많은 쿠팡맨들이 대거 쿠팡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로켓배송 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쿠팡측은 이같은 제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 왔다. 쿠팡측의 주장이 사실인지, 쿠팡맨의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다가올 미래를 보면 알 수 있다. 

한편, 본지는 쿠팡이 쿠팡맨 평가제 일방적 시행 및 형식적 동의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관련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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