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휴직 사용하면 계약 연장 안된다는 소문 사실로...A씨 제공 녹취속 쿠팡인사 담당자 “배송일수 못 채웠기 때문”

▲ 쿠팡이 산재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계약 종료를 했다는 사례가 나왔다.(사진:컨슈머와이드 )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계약직 쿠팡맨이 산재(산업재해) 휴직을 사용하면 계약연장 안 된다”? 이는 쿠팡맨 사이에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일종의 소문이다. 그러나 산재를 사용했다가 계약연장이 안된 사례가 나왔다.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현재 이 사례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28일 다수의 쿠팡맨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연말부터 쿠팡맨들 사이에서는 산재로 인한 휴직을 사용할 경우 6개월마다 진행되는 정규직 심사에서 떨어지게 되고 결국 쿠팡을 퇴사하게 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쿠팡맨 계약직 중 산재 휴직을 사용해도 쿠팡 평가점수가 높은 직원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연말부터 특히 산재 휴직을 사용한 일부 계약직들이 이 정규직 전환에 실패해 회사를 퇴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계약직 직원 중 업무 중 다쳐도 산재 휴직 신청을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부상정도가 커 산재휴직을 신청한 이들은 소문처럼 계약 연장 또는 계약 만료가 돼 회사를 떠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제보자 B씨는 “얼마 전 배송 중 다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해 산재(휴직)을 신청했다”며 “계약 연장이 되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요즘 잠도 잘 못잔다”고 걱정을 늘어놓았다. C씨는 “지난해쯤 산재 휴직을 사용했는데 이를 사용하면 정규직 전환이 안 된다고 들어 요즘 이직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D씨는 “계약직 중 산재를 사용했다가 계약 연장이 안 돼 결국 회사를 떠난 사람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산재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계약만료가 돼 쿠팡을 떠난 사례가 발견됐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A씨는 지난해 9월 전방십자 인대 파열, 반월상 연골 파열이라는 상해를 입었다. 사고 경위를 보면 이날 A씨는 배송탑차인 쿠팡카에 배송물량을 실기 위해 쿠팡카에 올랐다. 회사 규정상 탑차 내부에 올라갈 땐 신발을 벗어야 했기 때문에 비가 오는 와중에도 신발을 벗고 올라갔다.  업무를 하던 중 발이 미끄러져 쿠팡카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119 구급차에 실려 간 A씨는 앞서 밝힌 상해를 입고 수술을 받았다. 이후 산재승인을 받고 (요양)휴직에 들어갔다. 그렇게 복귀할 날만 기다리며 재활을 하던 중 쿠팡측으로부터 계약종료 통지를 받았다. 쿠팡 인사담당자에게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산재휴직을 사용했기 때문에 계약 종료가 됐다는 것이다. 결국 A씨는 노동위원회를 찾아갔고 노동위원회를 통해 구제신청(갱신기대권)을 했다.

A씨 본지와의 전화로  “업무 중 심각한 사고로 인해 119후송되어 수술을 했고 요양 중에 통보받은 재계약 불가사유는 근무 중 입은 부상을 이유로 산재를 썼다고 나가라는 것이었다”며 “이럴줄 알았으면 수술 후 휠체어를 끌고서라도 배송을 했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근무 중 다친 것도 억울한데 요양 중 배송을 하지 않았다고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이는 산재를 당하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쿠팡측의 꼼수다. 이에 대한 녹취파일(쿠팡 인사담당자가 말한 계약종료 사유)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본지가 제보자 A씨로부터 확보한 녹취 파일을 통해 확인해 보니, A씨의 주장이 사실이었다. 쿠팡인사담당자는 “산재라기 보단 산재로 인한 휴직이 문제였다”며 “산재가 길어져서가 아니라 정확하게 표현하면 쿠팡맨으로서 배송을 안 나가서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산재든 본인이 무단결근을 했든 나가기 싫어서 다른 것을 했든 사유는 그것”이라며 “ 정확한 사유는 정해진 배송일수를 못 채웠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말대로라면 쿠팡에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선 아파서도 다쳐서도 안 된다. 산재로 수술이라도 하면 정해진 배송일수를 못 채우기 때문에 절대 정규직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2년여 동안 근무한 직장을 떠나야 한다. 아님 A씨 주장대로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배송을 해야 한다. 2년여 동안 일한 댓가인 셈이다.

이같은 쿠팡의 행위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본지의 노무 자문을 하고 있는 노무법인 신영의 이정학 노무사는 A사례를 통해 “이번건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단순 계약 종료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그 내용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직기간동안의 근로일수의 인정여부와 이로 인한 갱신기대권의 존재여부는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면, 이로 인한 휴직기간은 계속근로기간으로 본다. 이 경우 휴직기간은 업무상 재해가 없었다면 근로제공이 가능했을 기간으로 보아 소정근로일수를 채운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쿠팡맨들의 업무가 배송직무인 것을 감안하면 그 기간 동안의 근로일수, 즉 배송일수를 채운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요양 및 치료 등으로 인해 휴직을 한 기간 역시 근로를 한 것으로 봐야 하는데 쿠팡측은 휴직으로 인해 배송일수를 못 채워 계약 갱신 거절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노무사는 “A씨 주장에 따르면 근무 자체에 대한 평가 등급이 우수한 편이었고 계약연장은 이전에도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었다. 일정 조건을 채운 다른 근로자들 모두 계약이 갱신되고 있었다 ”며 “이러한 점을 비추어볼 때, 산업재해로 인하여 휴직을 안했다면  종래의 갱신 경험에 비추어 계약기간의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근로기준법 23조 2항에 따라 업무상 부상 따른 휴업기간동안에 이뤄진 해고로서 부당해고로 판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서울 동부 노동청은 쿠팡의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참조)과연 서울 동부노동처의 조사, A씨가 진행 중인 부당해고 관련 소송(신청)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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